1892년 9월 경복궁 일대에서는 큰 행사가 열렸다.
왕실의 큰 어른이었던 신정왕후의 3년 상을 무사히 마치고 열린 행사는 고종(재위 1863∼1907)의 즉위 30주년과 41번째 탄생일을 축하하는 잔치였다.
광고왕으로서 위엄을 바로 세우고 권위를 널리 알리고자 했던 연회는 여러 날에 걸쳐 열렸고, 주요 내용을 그림으로 남겨 왕실과 주요 관계자들이 나눠 가졌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수집해 소장했던 이 그림이 박물관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1892년 당시 제작된 그림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전하는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Ⅱ실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임진진찬도'(壬辰進饌圖)를 포함해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 24건 36점을 새로 전시한다고 22일 밝혔다.
8폭 병풍에 담긴 '임진진찬도'는 궁중 행사를 남긴 기록유산으로 가치가 크다.
1·2폭에는 고종이 문무백관을 초청해 경복궁 근정전에서 연 행사를 그렸는데, 신식 군복 차림의 호위 군사가 등장한 점이 눈에 띈다.
궁중 행사를 기록한 이전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점으로, 시대적 변화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박용훈(1841∼1908 이후) 등 7명의 화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에는 왕과 왕비가 내명부와 종친을 초청한 모습, 왕세자(훗날 순종)가 관원을 격려하는 모습 등도 담겨있다.
행사를 담당한 진찬소(進饌所) 관원 명단에는 훗날 친일 행적으로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민영휘(1852∼1935)가 개명하기 전에 쓰던 이름인 '민영준'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한성부 관리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 역시 처음 공개하는 그림이다.
계회는 과거시험에 합격한 동기 혹은 같은 관청에서 근무한 동료들의 모임 등을 뜻한다.
16세기 중반 한성부 5부 소속 참봉(參奉·조선시대 종9품의 벼슬)들의 모임을 화폭에 담은 이 그림은 한성부 관원 계회도로는 처음으로 알려진 사례라 의미가 더욱 크다.
당대 최고의 화가가 함께 그린 보물 '서직수 초상'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평소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한 것으로 알려진 서직수(1735∼1811)가 62세가 되던 해 제작된 이 그림은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꼽히던 이명기(생몰년도 미상)가 얼굴을, 단원 김홍도(1745∼?)가 몸체를 그렸다.
정조(재위 1776∼1800)대에 그려진 초상화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림을 본 서직수의 평가는 그림 감상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이명기가 얼굴을 그리고 김홍도가 몸을 그렸다. 두 사람은 이름난 화가들이지만 한 조각 정신(원문에는 마음을 이르는 말인 '영대'의 한자인 '靈臺'로 적음)은 그려내지 못하였다. 안타깝도다."
박물관 측은 "인물이 뿜어내는 기운이 화면 밖까지 전해지는 명품"이라며 "초상화에 만족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겉모습보다는 내면 수양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으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계곡 옆에서 쉬는 사람들을 그린 이인문(1745∼1824 이후)의 '소나무 아래 더위 피하기', 19세기 화가 이한철(1812∼1893 이후) '바위에 기대 물을 바라보다'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8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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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4/22 11: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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